IRP 연금저축 중복투자, 같은 ETF가 겹칠 때 정리 기준

IRP와 연금저축이 정말 분산되고 있는지 확인하려고 두 계좌의 보유내역을 한 장에 옮겨 적어봤습니다. 계좌마다 ETF 이름은 달랐는데 ‘기초지수’ 칸에는 똑같이 S&P500이 적혀 있었습니다. 앱에서는 서로 다른 상품처럼 보였지만, 이름을 가리고 보니 결국 같은 시장에 두 번 투자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연금계좌가 여러 금융회사에 흩어져 있으면 이런 중복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연금저축 앱에서는 연금저축 수익률만 보고, IRP 앱에서는 IRP 잔액만 확인하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계좌별로 볼 때는 별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두 목록을 합치자 특정 지수에 몰린 금액이 생각보다 컸습니다.

연금저축과 IRP를 함께 쓰는 것은 문제가 아닙니다

먼저 구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계좌가 두 개인 것과 투자대상이 겹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국세청 안내에 따르면 연금저축은 연간 600만원까지 세액공제 대상이 되며, IRP 등 퇴직연금을 포함하면 합산 한도는 연 900만원입니다. 세액공제 한도를 활용하거나 퇴직금을 관리하기 위해 두 계좌를 함께 보유하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다만 세제상 다른 계좌라고 해서 자동으로 분산투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연금저축에 S&P500 ETF 2천만원, IRP에 다른 운용사의 S&P500 ETF 1천만원이 있다면 상품 수는 두 개지만 S&P500 투자액은 총 3천만원입니다. 운용사와 보수가 달라도 같은 지수를 추종한다면 시장이 하락할 때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큽니다.

ETF 이름이 다르다는 사실도 안심할 근거는 되지 못했습니다. ‘미국대표지수’, ‘미국500’, ‘S&P500’처럼 표현은 달라도 기초지수가 같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S&P500과 나스닥100처럼 지수가 달라도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대형 종목이 함께 편입돼 있을 수 있습니다. 완전히 같은 투자와 일부 종목이 겹치는 투자를 나눠서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수익률 대신 네 칸만 적어보면 중복이 보입니다

제가 정리한 항목은 복잡하지 않았습니다. 계좌명, ETF명, 기초지수, 평가금액을 차례대로 적었습니다. 그다음 같은 기초지수를 추종하는 상품끼리 평가금액을 합쳤습니다.

이 과정에서는 어느 계좌의 수익률이 더 높은지 잠시 빼두는 편이 좋았습니다. 지금 필요한 답은 과거 성과가 아니라 내 연금자산이 어디에 얼마나 들어가 있는지이기 때문입니다.

기초지수가 다르다면 운용사 홈페이지의 구성 종목을 확인합니다. 상위 종목과 비중이 비슷할수록 실제 주가 움직임도 닮을 수 있습니다. 환헤지 표시가 있는지, 현물형인지 선물형인지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이런 차이는 수익률에 영향을 주지만, 동일한 주식시장을 추종한다는 사실까지 없애주지는 않습니다.

IRP에서는 일반적인 주식형 ETF와 같은 원리금 비보장자산을 적립금의 70%까지만 편입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IRP 안에는 예금이나 채권형 상품이 함께 들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연금저축의 주식형 ETF까지 합치면 전체 연금자산의 주식 비중은 본인이 생각한 것보다 높을 수 있습니다. IRP의 70% 규정만 보고 전체 자산도 충분히 나뉘었다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겹친 ETF를 정리할지는 투자 목적이 결정합니다

중복이 확인됐다고 반드시 하나를 처분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S&P500을 연금 포트폴리오의 중심으로 정하고 두 계좌에서 꾸준히 모으고 있었다면 의도된 중복입니다. 계좌마다 같은 투자 방향을 유지하는 것이 관리하기 편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미국 주식, 국내 주식, 채권에 나눠 투자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계산에서는 미국 대형주 비중만 크게 나온 경우입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보유 상품을 급하게 정리하기보다 앞으로 들어갈 납입금부터 부족한 자산에 배분하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불필요한 매매를 줄이면서 비중을 천천히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IRP와 연금저축을 따로 관리하면 계좌별 성과만 보이지만, 노후에 사용할 돈이라는 목적은 같습니다. 두 계좌를 한 장에 합쳐 기초지수별 금액을 계산해 보세요. 같은 ETF가 있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중복을 알고 선택했는지, 모르고 분산했다고 믿었는지입니다.

금융위원회 퇴직연금 자산운용규제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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